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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연시 콘텐츠는 생각보다 훨씬 비싸다”…블루 아카이브가 3년 만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지금의 **Blue Archive**를 보면 성공이 당연해 보인다.

서브컬처 게임 시장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가 됐고, 일본과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강력한 팬덤을 구축했다. 캐릭터와 스토리, 음악, 커뮤니티 문화까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개발 초기로 돌아가면 이야기는 전혀 달랐다.

2026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에서 넥슨게임즈 차민서 부본부장 겸 RX 스튜디오 PD는 블루 아카이브의 개발 과정을 돌아보며 성공과 실패를 모두 공개했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가장 아쉬웠던 부분으로 전투 시스템도, 매출도 아닌 **’캐릭터와 교감하는 미연시 콘텐츠’**를 꼽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생각보다 현실적이었다.

“좋은 글과 그림을 만드는 인력이 너무 비싸다.”


블루 아카이브는 처음부터 완성형이 아니었다

지금 블루 아카이브를 떠올리면 많은 이용자들은 스토리와 캐릭터를 먼저 생각한다.

아로나, 히나, 시로코, 유우카, 미카 등 수많은 학생들이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개발 초기에는 그런 모습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차 디렉터가 가장 먼저 집중한 것은 화려한 캐릭터가 아니라 게임의 뼈대였다.

그는 개발 초기 단계에서 ‘비전 빌드’ 구축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게임 실행부터 로비, 편성, 전투까지 이어지는 첫 5분을 완성해 개발진 모두가 최종 목표를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어떤 게임을 만들고 있는지”를 가장 먼저 눈으로 확인하게 만든 셈이다.


블루 아카이브 성공의 핵심은 의외로 ‘위임’

이번 강연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디렉터의 역할에 대한 설명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한 게임의 디렉터는 모든 것을 직접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차 디렉터는 오히려 정반대 방식을 택했다.

아트 디렉터와 시나리오 리드에게 강력한 권한을 부여했다.

세계관과 연출, 캐릭터 표현은 각 분야 전문가에게 맡기고 자신은 게임 전체 프레임워크를 설계하는 데 집중했다.

이는 블루 아카이브 특유의 개성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서브컬처 게임은 창작자의 색깔이 강하게 반영될수록 팬들의 호응을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34개월 만에 출시, 사실상 기적

게임 개발 업계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는 일정을 지키는 것이다.

특히 신규 IP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블루 아카이브는 2018년 4월 개발을 시작해 2021년 2월 일본에 출시됐다.

약 34개월 만이다.

게임 업계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빠른 편이다.

차 디렉터는 여기서 시장 선점 효과를 강조했다.

만약 출시가 조금만 늦어졌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었다.

당시 일본 시장은 이미 Uma Musume Pretty Derby 같은 대형 서브컬처 게임이 등장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일정 준수는 단순한 관리 능력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었다.


“망하면 어떡하지?”

성공한 게임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종종 잊기 쉬운 부분이 있다.

그들도 불안했다는 사실이다.

차 디렉터는 개발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감정으로 “망하면 어떡하지”라는 공포를 언급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테스트.

플레이.

피드백.

그리고 반복.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개밥 먹기(Dogfooding)’를 끊임없이 반복했다.

매 마일스톤마다 문제점을 찾고 다음 버전에 무조건 반영하는 과정을 거친 것이다.

지금의 블루 아카이브 완성도는 이런 반복 작업 위에서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블루 아카이브의 장기 흥행 비밀

많은 이용자들은 블루 아카이브의 성공 요인으로 캐릭터를 꼽는다.

하지만 개발팀은 조금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바로 상성 시스템이다.

단순히 강한 캐릭터 한 명만 키우는 게임이 아니라 다양한 학생을 활용하도록 설계했다는 것이다.

지형 효과, 공격 타입, 방어 타입 등 복잡한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학습 난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문제도 있었다.

그래서 적의 외형이나 UI 색상 등을 활용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이는 오늘날 총력전 메타와 다양한 캐릭터 활용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왜 미연시 콘텐츠는 부족했을까

이번 강연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실패 사례였다.

차 디렉터는 블루 아카이브가 부족했던 요소로 빌드 안정성, 콘텐츠 공백, 그리고 일상 콘텐츠를 꼽았다.

특히 일상 콘텐츠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모모톡.

카페.

스케줄.

학생들과 교감하는 콘텐츠는 블루 아카이브의 핵심 매력 중 하나다.

하지만 개발 당시에는 이 부분을 충분히 만들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사람이 부족했다.


“좋은 글과 그림은 비싸다”

서브컬처 게임의 핵심은 결국 캐릭터다.

그리고 캐릭터를 사랑하게 만드는 것은 스토리와 일상 콘텐츠다.

문제는 이 작업이 생각보다 훨씬 비싸다는 점이다.

차 디렉터는 미소녀 게임용 일상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개발자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인재 시장이다.

좋은 글을 쓰는 작가와 뛰어난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이미 웹소설, 웹툰, 일러스트 플랫폼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게임업계만의 인력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즉, 좋은 미연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결국 “캐릭터와 교감하는 콘텐츠”는 단순한 부가 요소가 아니라 가장 비싼 콘텐츠 중 하나인 셈이다.


신규 콘텐츠가 늘수록 더 어려워진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블루 아카이브처럼 캐릭터가 계속 추가되는 게임은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이 커진다.

신규 학생이 추가될 때마다 모모톡, 카페 상호작용, 이벤트 스토리 등 함께 제작해야 하는 콘텐츠도 늘어난다.

팬들은 새로운 학생을 뽑으면 단순히 전투 성능만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 학생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 한다.

즉, 캐릭터 수가 늘어날수록 개발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서브컬처 게임들이 생각보다 콘텐츠 제작에 많은 비용을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성공 뒤에 숨은 현실

블루 아카이브는 지금 서브컬처 시장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이번 강연은 그 성공 뒤에 있는 현실을 보여줬다.

확실한 비전.

철저한 일정 관리.

과감한 위임.

반복적인 테스트.

그리고 부족했던 부분에 대한 솔직한 인정.

이 모든 요소가 합쳐져 지금의 블루 아카이브를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발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미연시 콘텐츠는 비싸다”는 말이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캐릭터와 대화하고 스토리를 보는 것이 당연해 보이지만, 개발자 입장에서는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영역이라는 사실이 새삼 흥미롭게 느껴졌다.

결국 블루 아카이브의 성공은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를 만든 결과가 아니다. 그 캐릭터를 사랑하게 만드는 수많은 글과 그림,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낸 창작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성과에 더 가까워 보인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그 가장 중요한 요소가 가장 비싼 콘텐츠라는 점은, 앞으로도 서브컬처 게임 개발자들이 계속 고민하게 될 숙제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