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라인게임즈 합병설 다시 수면 위…두 회사는 왜 함께 거론될까
올해 게임업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기업 이슈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카카오게임즈와 라인게임즈의 관계 변화다.
두 회사는 오랫동안 별개의 길을 걸어왔지만 최근 들어 같은 문장 안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특히 라인야후가 카카오게임즈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되면서 “결국 카카오게임즈와 라인게임즈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아직 양사는 공식적으로 선을 긋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최대주주 변경일 뿐 라인게임즈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고, 라인게임즈 역시 직접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럼에도 업계가 계속 합병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두 회사가 처한 현실이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기 때문이다.
창업자 시대가 끝난 뒤 찾아온 공통된 고민
카카오게임즈와 라인게임즈는 과거 국내 게임업계에서 공격적인 투자와 신작 라인업으로 주목받던 회사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양사 모두 창업자 체제가 마무리된 이후 신작 흥행 부진과 출시 지연이 이어졌고, 실적 역시 급격히 악화됐다.
결국 두 회사 모두 비용 절감과 조직 개편, 재무 구조 개선에 집중하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
문제는 이제 더 이상 허리띠만 졸라매는 방식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점이다.
결국 게임 회사는 게임을 팔아 돈을 벌어야 한다.
비용 절감은 시간을 벌어주는 수단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그래서 업계는 지금 두 회사가 “언제 다시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을까”에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체질 개선은 했지만 결과는 부족했다
카카오게임즈는 2024년 한상우 대표 체제 이후 체질 개선에 집중했다.
문제는 시장이 기대했던 신작 성과가 따라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신작 지연이었다.
특히 자체 개발력 강화를 위해 약 1조 원을 들여 인수한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의 기대작들이 시장에 제때 나오지 못하면서 계획했던 성장 시나리오가 어그러졌다.
결과는 숫자로 드러났다.
카카오게임즈는 2024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0% 이상 감소했고, 이후에도 적자 흐름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VX 매각, 넵튠 지분 매각 등 보유 자산 정리에 나섰고, 확보한 자금으로 부채를 줄이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언제 다시 돈을 벌 수 있느냐”다.
라인게임즈도 상황은 비슷하다
라인게임즈 역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신작 부진과 장기적인 수익성 문제로 인해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됐다.
특히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대한 우려는 업계에서도 꾸준히 언급되는 부분이다.
과거 엑소스 히어로즈, 언디셈버 등으로 시장 존재감을 보여줬지만 이후 확실한 성장 동력을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둘 다 혼자서는 쉽지 않은 상황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합병설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다.
김태환 사내이사 선임이 주목받는 이유
최근 합병설에 다시 불이 붙은 계기는 오는 22일 열리는 카카오게임즈 임시 주주총회다.
안건 가운데 김태환 신임 사내이사 선임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과거 라인게임즈 부사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단순한 인사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향후 라인야후 체제 아래에서 카카오게임즈와 라인게임즈 간 협력 혹은 통합을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물론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내용은 없다.
하지만 기업 인사에서 사람의 이동은 종종 전략 변화의 신호로 읽히기 때문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라인야후가 가져올 진짜 변화
사실 더 중요한 것은 합병 여부보다 라인야후가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 시너지다.
라인야후는 일본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기업이다.
라인은 1억 명 이상, 야후재팬은 6천만 명 이상의 월간 활성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는 카카오게임즈가 오랫동안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글로벌 플랫폼 역량을 보완할 수 있는 요소다.
특히 일본 시장은 국내 게임사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해외 시장 중 하나다.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서는 단순히 3,000억 원 투자 유치보다 더 큰 가치를 얻을 수도 있다.
미니앱 플랫폼도 변수
최근 게임업계에서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는 미니앱이다.
별도 설치 없이 플랫폼 안에서 바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구조다.
라인은 이미 미니앱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카카오 역시 최근 HTML5 기반 게임 플랫폼 ‘게임칩’을 신설했다.
현재는 작은 규모의 캐주얼 게임 중심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유통 채널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향후 카카오게임즈의 게임이 라인 플랫폼에, 반대로 라인 계열 게임이 카카오 플랫폼에 진출하는 그림도 조심스럽게 거론하고 있다.
결국 답은 신작이다
하지만 플랫폼과 투자만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게임 회사를 살리는 것은 게임이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현재 가장 큰 기대를 받는 작품은 3분기 출시 예정인 오딘Q: 발키리스 콜이다.
여기에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도깨비의세계, 그리고 글로벌 콘솔 시장을 겨냥한 아키에이지: 크로니클까지 준비 중이다.
특히 아키에이지: 크로니클은 단순히 국내 흥행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카카오게임즈의 존재감을 증명해야 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M&A 카드는 여전히 살아있다
카카오게임즈는 과거부터 M&A를 적극 활용해왔다.
라이온하트 스튜디오 인수 역시 같은 전략의 연장선이었다.
현재도 자체 개발력 확보를 위해 추가적인 투자와 인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라인게임즈와의 관계 역시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합병보다 중요한 것은 생존 증명
현재 시점에서 카카오게임즈와 라인게임즈의 합병은 어디까지나 시장의 추측에 가깝다.
양사 모두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두 회사 모두 더 이상 비용 절감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시점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결국 투자자와 시장이 원하는 것은 합병 뉴스가 아니다.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는 신작과 성장 전략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임시 주주총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합병 여부보다 새로운 경영진이 어떤 성장 전략을 제시하느냐에 있다고 본다. 카카오게임즈와 라인게임즈 모두 지금 필요한 것은 조직 개편이 아니라 성공 사례다.
그리고 그 성공 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남아 있지는 않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