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엔씨가 아이온2 BM을 뜯어고치는 이유

국내 MMORPG 시장에서 BM(비즈니스 모델)은 늘 민감한 주제다.

게임이 아무리 재미있어도 과도한 과금 구조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유료 상품이 많아지면 이용자들의 반응은 급격히 냉각된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MMORPG 시장은 신규 유저 유입보다 기존 이용자 유지가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엔씨소프트가 꽤 이례적인 선택을 내놨다.

최근 진행된 Aion 2 쇼케이스에서 엔씨는 대규모 BM 개편과 편의성 개선 계획을 공개했다. 단순히 상품 하나를 조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멤버십 구조부터 성장 시스템, 던전 이용 제한, 서버 이전, 캐릭터 육성 환경까지 게임 전반을 손보겠다는 내용이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엔씨 측이 직접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고 언급한 부분이다.

MMORPG 시장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표현인 만큼 업계와 이용자들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엔씨가 직접 꺼낸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말

이번 발표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멤버십 개편이었다.

기존에는 산들바람, 첸가룽, 슈고 특급 등 여러 종류의 멤버십 상품이 존재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를 모두 폐지하고 2만5천 원짜리 콰이링 멤버십 단일 상품으로 통합한다.

표면적으로 보면 단순한 상품 정리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용자들의 과금 진입 장벽을 낮추고 구조를 단순화하는 방향에 가깝다.

소인섭 사업실장은 “단기간 매출을 볼 것인가, 많은 유저가 찾아올 수 있는 사다리를 놓을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 발언은 현재 MMORPG 시장이 처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예전에는 높은 과금 유저 몇 명이 전체 매출을 견인하는 구조가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유저 풀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결국 많은 게임사들이 고과금 유저 중심 운영보다 신규 이용자와 복귀 이용자 확보를 더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다.


중복 구매 문제도 손본다

이번 개편에서 꽤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부분은 의상과 펫 시스템이다.

기존에는 서버별로 개별 관리되던 의상과 펫이 서버 내 캐릭터 간 공유 형태로 변경된다.

이 말은 곧 같은 계정 안에서 여러 캐릭터를 키우더라도 동일한 상품을 반복 구매할 필요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미 중복 구매한 이용자들에 대한 보상이다.

엔씨는 신규 의상을 무료로 구매할 수 있는 쿠폰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커뮤니티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국내 MMORPG에서는 중복 구매 문제를 인지하면서도 별도 보상을 제공하는 사례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절대 안 넣는다”던 기능도 결국 추가

이번 쇼케이스에서 가장 솔직한 발언 중 하나는 펫 자석 기능이었다.

소인섭 사업실장은 과거 절대 도입하지 않겠다고 말했던 기능이라고 직접 언급했다.

하지만 장기 운영을 고려해 결국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완전 무료는 아니다.

키나를 사용하는 기간제 형태로 제공된다.

이 부분은 커뮤니티에서도 의견이 갈릴 가능성이 있다.

한쪽에서는 편의 기능이 생긴다는 점을 반길 수 있다.

반면 또 다른 이용자들은 결국 유료 편의성 확대 아니냐는 시선을 보낼 수도 있다.

다만 엔씨가 과거 입장을 번복하면서까지 도입한 것은 그만큼 이용자 요구가 많았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던전 피로도를 줄이는 변화

사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BM보다도 게임 플레이 구조에 있다.

대표적인 예가 오드 에너지와 보스 처치 제한 폐지다.

그동안 아이온2 이용자들은 특정 콘텐츠를 정해진 횟수 이상 이용할 수 없거나, 추가 플레이 시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구조에 대해 불만을 제기해왔다.

엔씨는 이러한 제한 요소를 과감하게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이용자들이 “지금 안 하면 손해”라는 압박감 없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최근 MMORPG 시장에서는 이런 방향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유저들이 게임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피로감 때문이다.

숙제처럼 반복되는 콘텐츠는 장기적으로 이용자 이탈을 가속화하는 경우가 많다.


신규·복귀 유저를 위한 새싹 시스템

엔씨가 특히 강조한 부분은 신규 이용자와 복귀 이용자다.

새롭게 도입되는 새싹 뱃지 시스템은 기존 유저가 신규·복귀 유저와 함께 던전을 플레이하면 추가 보상을 제공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것이 단순한 지원책이 아니라 기존 이용자에게도 이득이 된다는 점이다.

대부분 MMORPG는 시간이 지날수록 신규 유저가 정착하기 어려워진다.

고인물과의 격차가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성공한 MMORPG들은 신규 이용자를 도와주는 시스템을 적극 활용한다.

이번 새싹 뱃지 역시 비슷한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성장 제한도 풀린다

전투 시스템에도 큰 변화가 예고됐다.

대표적으로 공격력 증폭 상한선이 해제된다.

이 외에도 여러 성장 제한 요소들이 순차적으로 제거될 예정이다.

또 클래스 간 밸런스 문제도 손본다.

특정 직업에 유저가 몰리는 현상을 줄이기 위해 무기별, 직업별 보정 작업이 진행된다.

특히 MMORPG에서는 메타가 지나치게 고착화될 경우 특정 직업만 살아남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런 상황이 길어질수록 이용자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 밸런스 조정 역시 단순 수치 변경이 아니라 장기적인 생태계 유지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서버 이전까지 열린다

많은 이용자들이 기다려온 서버 이전도 드디어 시작된다.

7월 1일 챕터1 업데이트 이후 안정화 과정을 거쳐 7월 15일부터 서버 이전이 가능해진다.

다만 종족 이동은 지원되지 않는다.

같은 종족 내 서버 이동만 허용된다.

MMORPG에서 서버 이전은 생각보다 중요한 기능이다.

친구와 함께 플레이하거나, 인구가 적은 서버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용자들에게는 사실상 필수 기능에 가깝다.

특히 최근 이용자 수가 분산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엔씨가 바뀌고 있는 신호일까

이번 쇼케이스를 지켜본 이용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다.

물론 모든 이용자가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과금 구조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있고, 실제 적용 이후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하지만 적어도 엔씨가 이용자들의 불만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게 드러났다.

특히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라는 표현은 상당히 상징적이다.

그동안 국내 MMORPG 시장에서는 단기 매출 중심 운영이 비판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발표는 적어도 엔씨가 장기 서비스와 이용자 유지라는 방향을 이전보다 더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진짜 평가는 7월 이후 시작된다

이번 발표만 놓고 보면 아이온2는 상당히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멤버십 통합, 의상 공유, 펫 시스템 개편, 성장 제한 완화, 신규 유저 지원, 서버 이전까지 게임 전반을 건드리는 수준이다.

하지만 MMORPG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표가 아니라 실제 체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개편이 엔씨가 최근 몇 년 동안 받아온 비판에 대한 하나의 답변처럼 느껴진다. 이용자들이 무엇을 불편해했고, 어떤 부분을 과금 압박으로 받아들였는지를 상당 부분 인정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결국 진짜 평가는 7월 이후에 나올 것이다. 이용자들이 실제로 “손해를 덜 보는 게임이 됐다”고 느끼게 될지, 아니면 단순한 조정에 그칠지는 업데이트가 적용된 뒤에야 알 수 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번 쇼케이스는 최근 엔씨 발표 가운데서도 가장 강한 변화 의지를 보여준 자리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