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입, 넥슨은 아래서 시작했고 크래프톤은 위에서 밀었다…게임업계 AX 전쟁의 현실
“AI를 도입해야 한다.”
이제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정작 기업 현장에서는 그 다음 질문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어떻게 도입해야 하는가?”
최근 경기창조혁신센터에서 열린 **NDC 2026**에서는 국내 대표 게임사인 **Nexon**과 **KRAFTON**이 AI 전환(AI Transformation, AX)의 실제 경험을 공개했다.
흥미로운 점은 두 회사 모두 AI 활용 확대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갔지만, 출발점은 정반대였다는 사실이다.
넥슨은 현업 조직이 먼저 움직이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을 선택했고, 크래프톤은 경영진이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는 ‘탑다운(Top-down)’ 전략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두 회사 모두 AI 활용도를 크게 끌어올렸지만, 그 과정은 예상보다 훨씬 복잡했고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모두가 AI를 말하지만, 실제 도입은 다르다
최근 2년 사이 AI는 게임업계의 가장 큰 화두가 됐다.
게임 개발, 운영, 고객지원, 데이터 분석, 마케팅, 채용까지 AI가 활용되지 않는 영역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AI 툴을 몇 개 도입했다고 해서 회사 전체가 AI 기업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많은 기업들이 “AI를 써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했지만, 정작 조직 전체가 움직이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NDC 세션이 주목받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성공 사례보다도 실패와 시행착오를 공개했다는 점 때문이다.
넥슨은 “일단 해보자”부터 시작했다
넥슨의 방식은 의외로 단순했다.
강덕원 AI본부장은 AI 도입 초기부터 표준을 강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신 직원들이 직접 AI를 사용해보고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했다.
쉽게 말하면 “위에서 시키는 AI”가 아니라 “현장에서 쓰고 싶은 AI”를 만들려 했다는 의미다.
그래서 넥슨은 가장 먼저 AI 리터러시 교육에 집중했다.
어떤 부서가 AI를 활용해 업무 효율을 높였는지 공유하고, 실제 성과를 낸 직원들을 조직 내 챔피언으로 육성했다.
결과적으로 각 조직에서 작은 성공 사례가 만들어졌고, 그것이 다른 부서로 자연스럽게 확산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이 방식은 대규모 조직인 넥슨의 특성과도 맞아떨어진다.
수많은 프로젝트와 다양한 조직이 동시에 움직이는 환경에서는 일률적인 정책보다 현업의 자율성이 더 중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은 정반대였다
반면 크래프톤은 전혀 다른 길을 택했다.
출발점부터 최고 경영진의 강력한 선언이 있었다.
“AI 퍼스트로 모든 것을 운영한다.”
임경영 VP는 지난해 11월 이러한 방향성이 공식적으로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회사는 AI 도입을 위한 각종 툴과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꽤 인상적이다.
지난 2월 진행된 사내 조사에서 전체 직원의 97.6%가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사실 기업 문화에서 최고 경영자의 의지는 생각보다 강력하다.
특히 크래프톤처럼 비교적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한 조직에서는 탑다운 방식이 강한 추진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방법은 달랐지만 목표는 같았다
흥미로운 것은 두 회사가 결국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점이다.
바로 “모든 직원이 AI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다.
넥슨은 성공 사례를 통해 자연스럽게 확산시키려 했고, 크래프톤은 조직 차원의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 AI 활용 능력을 높이고 업무 생산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실제 성과 사례도 공개됐다.
넥슨은 현업 조직이 데이터 추출부터 운영 도구 개발까지 직접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라이브 서비스 대응 속도가 크게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크래프톤은 비개발 직군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코딩 경험이 전혀 없는 HR 담당자가 AI의 도움으로 채용 프로세스 자동화 도구를 직접 개발했다는 사례가 소개됐다.
과거 같으면 개발팀 지원이 필요했던 작업을 현업이 스스로 해결하게 된 것이다.
가장 큰 실패는 의외로 AI 자체가 아니었다
이번 세션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실패 사례였다.
많은 사람들이 AI 프로젝트 실패 원인으로 기술 부족을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 현장은 달랐다.
넥슨은 전사 도입을 목표로 추진했던 ‘오픈클로’ 프로젝트를 예로 들었다.
강력한 기능을 가진 툴이었지만 빠른 업데이트 속도와 보안 문제, 예상보다 큰 인프라 비용 때문에 결국 전사 적용을 중단해야 했다.
크래프톤 역시 대형 엔터프라이즈 AI 솔루션을 도입했다가 게임업계 특성에 맞지 않는다는 문제를 겪었다.
좋은 기술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두 회사가 똑같이 겪은 문제
더 흥미로운 부분은 두 회사가 동일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첫 번째는 직원들의 피로감이다.
AI 기술은 매달 새로운 모델과 서비스가 등장한다.
업무를 하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툴을 학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느끼는 피로도가 예상보다 컸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비용이다.
AI 시대의 새로운 전기료라고 불리는 토큰 비용 문제다.
생성형 AI를 사용할수록 비용은 계속 증가한다.
특히 대기업 규모에서는 수천 명의 직원이 AI를 사용하는 만큼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AI 시대의 새로운 KPI는 비용 관리
과거 IT 투자는 서버 비용이나 라이선스 비용 관리가 중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토큰 사용량이 새로운 경영 지표가 되고 있다.
넥슨은 현재 AI 사용 비용과 생산성 향상 효과를 연결하는 비용 예측 모델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크래프톤은 더욱 적극적이다.
사내 비용 대시보드와 LLM 가성비 단가표를 구축해 직원들이 스스로 적절한 모델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GPT급 고성능 모델이 필요한 업무와 저비용 모델로 충분한 업무를 구분하자는 것이다.
AI 시대의 새로운 운영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게임업계가 보여준 현실적인 AI 활용법
이번 NDC 세션이 흥미로운 이유는 화려한 미래보다 현실적인 고민을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최근 AI 관련 발표들은 종종 “모든 것이 바뀐다”는 식의 장밋빛 전망에 집중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어떤 툴을 써야 하는지, 누가 비용을 관리할지, 직원들이 얼마나 피로를 느끼는지가 더 중요하다.
넥슨과 크래프톤의 사례는 AI 도입이 기술 프로젝트가 아니라 조직 변화 프로젝트에 가깝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국 AI 전환의 핵심은 사람
이번 발표를 정리하면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다.
AI 도입의 성패는 AI 자체가 아니라 사람에게 달려 있다는 것이다.
넥슨은 현업 직원들이 직접 성공 경험을 만들도록 했고, 크래프톤은 경영진의 강력한 메시지로 변화를 이끌었다.
방법은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사람을 중심에 두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HR 담당자가 직접 자동화 도구를 만들었다는 사례였다. AI가 코딩을 대신해주는 시대가 오면서 개발자와 비개발자의 경계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결국 AI 전환은 특정 부서의 프로젝트가 아니다. 회사 전체가 새로운 도구를 배우고, 실패를 반복하며, 조금씩 업무 방식을 바꿔가는 과정에 가깝다. 넥슨이 아래에서 시작했고 크래프톤이 위에서 시작했지만, 두 회사가 도달한 결론은 비슷했다. AI의 진짜 경쟁력은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조직 문화 속에 녹여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