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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화가 로블록스를 만났을 때…‘블루록’ 1년 만에 1,000만 부 더 팔린 이유

“나, 강림.”

“축구는 살인이다.”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 대사들은 이제 밈(Meme)의 영역을 넘어 하나의 문화가 됐다. 축구를 소재로 하면서도 극단적인 경쟁과 자아를 강조한 만화 **Blue Lock**는 이미 일본과 한국, 동남아시아에서는 상당한 인지도를 가진 작품이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블루록이 진짜 글로벌 IP로 도약한 시점이 생각보다 최근이라는 사실이다.

2024년까지만 해도 특정 지역 중심의 인기 콘텐츠였던 블루록은 불과 1년 만에 누적 발행 부수를 4,000만 부에서 5,000만 부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의외의 플랫폼이 있었다.

바로 **Roblox**다.

최근 열린 **NDC 2026**에서는 블루록이 어떻게 로블록스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뚫었는지, 그리고 왜 많은 기업들이 게임보다 로블록스를 먼저 주목하기 시작했는지가 공개됐다.


블루록은 원래 글로벌 IP가 아니었다

지금의 블루록을 보면 세계적인 콘텐츠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사실 시작은 조금 달랐다.

일본 축구 만화라는 특성상 일본과 한국,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높은 인기를 얻었지만, 서구권에서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았다.

이는 일본 만화 업계가 오랫동안 겪어온 고민이기도 하다.

일본에서는 유명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제한적으로 소비되는 작품이 적지 않다.

특히 스포츠 만화는 문화적 장벽이 더 크다.

야구나 축구, 농구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일본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더라도 해외에서는 예상만큼 확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블루록 역시 비슷한 위치에 있었다.


모든 것은 한 로블록스 게임에서 시작됐다

전환점은 로블록스였다.

로블록스 내 한 개발자가 블루록을 기반으로 한 게임을 제작했다.

그리고 이 게임은 예상 밖의 성과를 기록했다.

출시 3개월 만에 동시 접속자 100만 명을 돌파한 것이다.

로블록스 생태계에서는 가끔 이런 일이 벌어진다.

기존 IP 소유자가 직접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이 먼저 콘텐츠를 만들고 시장 반응을 확인하는 구조다.

코단샤 역시 이 가능성을 놓치지 않았다.

게임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확인한 뒤 공식 라이선스 파트너로 참여했다.

쉽게 말하면 팬이 만든 게임이 원작 IP의 글로벌 확장 계기가 된 셈이다.


방문 수 47억 회, 커뮤니티 3,100만 명

성과는 숫자로도 나타났다.

블루록 기반 로블록스 게임은 누적 방문 수 47억 회를 기록했다.

커뮤니티 규모 역시 3,100만 명을 넘어섰다.

이 정도면 단순한 팬 게임 수준이 아니다.

하나의 독립적인 플랫폼급 영향력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용자 구성이다.

이들은 대부분 기존 블루록 팬이 아니었다.

즉, 만화를 모르던 글로벌 이용자들이 게임을 통해 블루록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이다.

전통적인 콘텐츠 산업에서는 게임이 원작 IP를 홍보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순서가 조금 다르다.

게임이 먼저 성공했고, 그 결과 원작 만화 판매량이 증가했다.


1년 만에 1,000만 부가 더 팔렸다

가장 인상적인 수치는 단행본 판매량이다.

로블록스 게임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2024년 중반 당시 블루록의 누적 발행 부수는 약 4,000만 부였다.

그런데 불과 1년 만에 5,000만 부를 넘어섰다.

물론 애니메이션 인기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코단샤와 로블록스 측은 로블록스 게임이 글로벌 인지도 확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블루록이라는 이름을 알리는 데 큰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더 놀라운 것은 마케팅 비용

게임 업계 관계자들이 주목한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비용이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IP를 만들기 위해서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들어간다.

광고, 프로모션, 현지화, 인플루언서 마케팅 등 수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사례에서 코단샤가 직접 투입한 비용은 거의 없었다고 소개됐다.

로블록스 크리에이터가 먼저 콘텐츠를 만들었고,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소비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마케팅 방식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구조다.


로블록스는 게임 플랫폼이 아니다?

이번 NDC 강연의 핵심 메시지는 사실 블루록 성공담 자체가 아니었다.

로블록스가 가진 플랫폼 구조였다.

현재 로블록스의 일간 활성 이용자는 1억 4천만 명을 넘어섰다.

크리에이터에게 지급된 연간 수익도 약 2조 2천억 원 규모다.

과거에는 “어린이들이 하는 게임 플랫폼” 정도로 인식됐지만, 이제는 하나의 거대한 콘텐츠 생태계에 가깝다.

특히 로블록스는 게임과 SNS, 크리에이터 플랫폼의 성격을 동시에 가진다.

그래서 단순히 게임을 만드는 공간이 아니라 IP를 글로벌로 확장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


오징어 게임도, 용과 같이도 선택했다

현재 로블록스 라이선스 플랫폼에는 다양한 IP가 등록돼 있다.

대표적으로 **Squid Game**과 Like a Dragon 시리즈가 있다.

IP 소유자는 로블록스 내 크리에이터들의 활용 요청을 검토하고 승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수익 배분 구조도 직접 설계 가능하다.

즉, 무분별한 2차 창작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서 글로벌 확장을 시도할 수 있는 셈이다.


게임보다 강한 마케팅 수단이 될 수도

최근 콘텐츠 업계는 IP 확장에 대한 고민이 깊다.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어떻게 세계에 알릴 것인가가 더 큰 문제다.

블루록 사례는 흥미로운 답을 제시한다.

이용자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참여하고 재창작하는 과정에서 팬덤이 확대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만화가 애니메이션이 되고, 애니메이션이 게임이 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제는 로블록스 같은 플랫폼에서 만들어진 게임이 오히려 원작 만화를 홍보하는 시대가 됐다.


IP 산업의 미래가 바뀌고 있다

블루록의 성공은 단순히 한 작품의 흥행 사례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IP 홀더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반대로 로블록스 크리에이터들에게는 강력한 IP를 활용해 더 큰 성공을 노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개인적으로 이번 사례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게임이 더 이상 콘텐츠의 종착점이 아니라는 점이다. 예전에는 만화가 성공하면 게임이 만들어졌지만, 이제는 게임이 성공해서 만화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결국 블루록이 1년 만에 1,000만 부를 더 팔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한 인기 때문이 아니다. 로블록스라는 거대한 UGC 생태계가 새로운 글로벌 팬층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흐름은 앞으로 더 많은 게임과 만화, 애니메이션 IP들이 따라가게 될 새로운 공식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